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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쿡🇰🇷/일상

[이명 일지] 9편: 1년 반 전 시작된 이명으로 대학병원 처방약 복용 한 달째, 이명 치료 두 달째 근황

by 다비니 2022.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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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의 시작

몇 년 전부터 정말 아주 가끔씩 일시적 이명, 한쪽 귀에서 삐이- 소리가 약 5초간 들리는 증상이 있긴 했으나 말 그대로 일시적이었기에 불편하지 않았고 문제로 삼지 않았다. 어디선가 본 통계로는 이런 일시적 이명은 살면서 75%가 경험한다고 한다.

그러다가 2020년 말, 지금으로부터 약 1년 반 전부터 때쯤 한쪽 귀에서 들리는 이명의 소리가 길어지고 소리도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얼마 후 한쪽 귀가 아니라 다른 쪽 귀에서 번갈아 가면서 이명이 들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양쪽 귀에서 이명이 들리기 시작했고 일시적으로 한쪽 귀에서 이명이 멈출 때도 있었다.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규칙적이진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다가 다시 양쪽 귀에서 이명이 들리고 다시 한쪽 귀에서 일시적으로 소리가 멈추는 걸 여러 번 반복하다가 이제는 24시간 양쪽 귀에서 이명이 들리는 증상을 가지고 살고 있다.

이런 이명 증상이 나타날 당시 이런저런 힘든 일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너무 경황이 없어서 이명을 큰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또한 이렇게 24시간 양쪽 귀에 이명 증상을 가지고 살아갈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느꼈던 건 순간들은 꽤 많이 있었다. 조용한 회사에서 근무할 때, 시끄러운 장소에서 사람들과 대화할 때, 집중을 해야 할 때(독서나 공부 등), 혼자 고요한 곳에 있을 때, 그리고 무엇보다 밤에 잠들기 전이 제일 불편했다. 결국 2021년 3월 이비인후과에서 청력검사를 받았고 이 내용은 이명일지 1편에 작성하였다. 하지만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점 등이 마음에 내키지 않아서 치료를 하지 않았고 이명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안타까운 순간이지만 되돌릴 수 없는 순간을 마냥 후회만 할 수도 없는 법.

 

이명 치료 시작 이유

 

이명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겠다고 다짐한 이유는 올해 2월쯤부터 이명 소리가 더 커지면서 덜컥 겁이 났기 때문이다. 이명 소리가 생활 소음보다 더 크게 들렸다. 예를 들면 강남의 큰 길가에 있는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와 도시 소음에 이명 소리가 묻히지 않고 선명하게 삐- 소리가 들렸다는 의미다. 자기 전에는 증폭된 이명 소리에 불안해서 잠에 들기 어려워지는 날이 많아졌다.

올해 2월에 다시 청력 검사를 받았는데 일 년 전 검사 결과와 큰 변화가 없었다. 이명의 정확한 원인도 알기 어려웠으나 일단 이렇게 큰 소리를 들으며 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에 스테로이드제 7일 치 복용부터 시작했다. 이후 약을 바꾸고 MRI도 촬영하는 등 여러 번 내원을 했고 3차 병원인 강남 세브란스 병원까지 가게 되었다. 이명 치료는 올해 2월 말부터 했으니 이제 약 두 달이 되었고, 대학병원에서 받은 처방약을 복용한지는 약 한 달이 되었다. 앞으로 한 달 치를 더 먹고 내원을 해야 한다.

 

심경의 변화

대학병원 교수님 말씀에 의하면 약을 3주 정도 복용한다고 큰 진척을 보기는 어렵다고 하셨고 두 달 치 약을 복용한 후 내원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현재 처방해 주신 약을 복용한지 한 달이 되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물리적인 증상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젠 같은 차도에 서 있어도 이명 소리가 생활 소음에 묻히는 걸 보면 이명 소리가 생활 소음보다는 작아진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이명 증상 초기 정도의 소리 정도로 작아졌을 뿐, 그보다 더 작아진 건 아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호전된 건가? 아니면 그냥 약 때문에 이렇게 느끼는 걸까? 잘 모르겠다.

짧은 기간이지만 달라진 점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이명 소리를 무시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래, 그냥, 그렇구나.' 이런 마음이랄까? 정리하자면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고 할 수 있겠다.

맨 처음에는 꼭 이명의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 치료를 받아서 이명 소리를 완전히 없애야 할 것 같은 강박과 두려움, 나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과 원망, 어린 나이에 겪는 이명 증상 때문에 마치 세상이 끝난 것 같은 비관적인 마음이 가득했다. 지금도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 완전히 호전될 수 있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건 너무 큰 욕심이자 희망고문인 것 같고 지금 이 상태에서 더 악화만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힘든 순간들

물론 매일 이명 소리를 무시하고 살지는 못한다. 종종 이명 소리가 전처럼 다시 커질 때도 있고 커지지 않더라도 이명 소리에 다시 예민하게 반응할 때도 있다. 이명으로 인해 일상 속 힘든 순간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세브란스 병원을 방문한 날 약사분께서는 약을 복용하는 동안은 카페인과 자몽, 음주를 피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좋아하는 커피도 많이 줄이려고 노력했고 자주 마시던 자몽에이드는 단 한 번도 입에 대지 않았다. 술은 딱 한 번 마셨고 음주를 한 날과 그 다음 날은 이명약을 먹지 않았다. 숙취도 너무 심한데 이명 약까지 먹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작 이틀 약을 안 먹어서 그런 걸까? 이명 소리가 다시 전처럼 커졌고 사람들과 대화할 때 무의식적으로 내 목소리가 커졌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다 목소리를 조금 낮춰서 얘기해 줄 수 있냐는 말을 들은 나는 너무 상처를 받아서 그날 밤 서러운 마음에 집에서 혼자 펑펑 울었다. 다시 미래가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에 잠도 잘 이루지 못했고 새벽에 혼자 끙끙 앓다가 결국 캐나다에 있는 엄마한테 카톡을 했다. 엄마한테 진지하게 혹시 모르니 수어를 배울까 고민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엄마도 내 말에 적잖이 놀라신 것 같았다. 당시 한국은 새벽이었지만 캐나다는 오후여서 엄마가 칼 답을 해주셨고 나는 몇 시간 카톡으로 대화를 나눈 후에야 비로소 마음에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다음 날 나는 다시 현실을 직시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우울해도 복잡하게 생각해 봤자 득 될 게 없다. 현실은 생각보다 심플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남은 약을 꾸준히 먹는 것, 나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도 이명의 큰 원인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남자친구를 따라 운동도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는 않다. 좋아하는 커피도 디카페인이나 티로 대체했지만 가끔 디카페인을 팔지 않는 카페에서는 그냥 한 잔쯤은 커피를 다시 즐기기도 한다. 갑자기 생활 습관을 바꾸는 건 어렵다.

오늘은 북 카페에서 귀마개를 끼고 독서를 하려고 하는데 유독 이명 소리가 거슬렸다. 어젯밤부터 속이 좋지 않았던 데다 오늘 점심에 먹은 파스타는 체해서 다 게워내는 등 컨디션도 좋지 않은데 이명 소리까지 신경 쓰이니 진짜 대환장 파티였다. 그래서 결국 오늘 하루 계획은 어쩔 수 없이 버리고 집에 와서 쉬기로 했다.

이렇게 힘든 순간들이 계속 날 찾아온다. 하지만 가능한 빨리 신경을 끄고 소리를 무시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내가 힘들기 때문에, 다시 겁이 나고 비관적인 마음이 들면 안 되니까. 나는 지금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치료 중이고 과정을 겪고 있는 거니까 벌써부터 스스로 이런 저런 결론을 내리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2022년 4월 29일(토)의 기록은 여기까지다.

10편에서는 대학병원에서의 약물치료 이후 이명 치료 경두개자기자극(TMS)를 받은 후기를 작성할 예정이다.

+ [이명 일지] 10편: 강남 세브란스병원에서 이명 치료 연구 참여, 경두개자기자극(TMS) 10일간 치료 경과

https://krcaus.tistory.com/353

 

[이명 일지] 10편: 강남 세브란스병원에서 이명 치료 연구 참여, 경두개자기자극(TMS) 10일간 치료

정말 오랜만에 이명 일지를 쓴다. 이번 10편에서는 2022년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약 2주간 강남 세브란스 대학병원에서 받은 이명 치료​ 경두개자기자극(TMS,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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